오늘 아침...아니 이젠 어제 아침이군요.
보고서 참 이렇게 황당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였죠.
사실 기대가 많았던 대통령이었으니 만큼 실망한것도 많았습니다.
조중동에 몰려서 아무짓도 못하고 있었던것도 실망스럽고, 뭔가 개혁을 해보겠다고 내놓은 법들도 그다지 신통한 것들은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나마 노무현 대통령이 잘한일이라고 이야기 하는 종부세...종부세? 아뇨 그것도 잘한건 아닙니다. 지난 대선의 패착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종부세나 양도소득중과세로 인한 고충이 서민들에게까지 넘어왔던 일들은 부자들에게 세금을 물리면 모든게 쉽게 해결될거라고 단편적으로만 생각했었던 당신의 잘못이기도 했습니다.
그 때문에, 부자들은 물론이요, 서민들마저도 당신에게서 등을 돌리게 만들었던 것은 단편적이었던 당신의 실수이자 잘못이었습니다.
한미FTA를 통해서 미국에 굴복했습니다. 당신들의 지지자들도 등을 돌렸습니다. 그게 필요해서 한일이라고 말은 하셨지만, 소신? 소신만을 앞세우고 정치 현실을 볼줄을 몰랐습니다.
심지어는 후계자를 세우는데에도 소홀했습니다. 이명박이 되건말건 방관만 하고 있었습니다. 네, 사실 그것조차도 소신이었을런지도 모르죠. 같은 열린우리당이라도 나라를 위해 잘할 수 없으면 물러나고 정권을 이양해야만 하고, 한나라당이라도 나라를 위해 잘할 수 있으면 정권을 잡고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는게 옳다. 그런 소신이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럴거였다면, 이명박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제대로라도 알아보셨기라도 했어야죠.
박연차 게이트도 물론 실망스럽습니다. 깨끗함과 청렴함을 무기로 삼아왔던 당신이 이런 일에 연루되어져 있다라는 것 자체가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당신은 그냥 여기서 도망쳐버렸다는 겁니다.
당신이 싸질러놓은 그 한미FTA도, 해보겠다고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민주주의 2.0도, 당신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매듭짓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당신이 떠나버리면, 당신은 그저 자신의 패배를 자인하고 떠난 꼴 밖에 안되는 겁니다.
전 진짜 당신이 별로 잘한 것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 당신을 좋아하기는 했습니다.
당신의 그 논리와 냉철한 이성, 일반적인 정치가들과는 다른, 제대로 된 개념. 뭔가 저 사람은 그래도 제대로 알고 있구나. 말 한마디를 해도 조리있게, 우리 모두가 납득할 수 있게, 합리적으로 이야기해주는 당신은 그렇게 무능하다 싶을 정도로 아무것도 한게 없었음에도, 우리에게 묘한 신뢰감을 주는 존재였습니다.
집권기간 동안에도 당신은 종종 무책임한 발언으로 사람들을 당혹케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전 대중들 앞에서 대통령이라는 신분으로 기타를 쳐주던 당신의 그 감성에 감동했고, 권위를 내팽개치고, 검찰과 맞짱을 뜨는 당신의 모습에서, 진정한 권위주의에 종언을 고하는 당신의 퍼포먼스에 갈채를 보냈습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한게 없는 것 같았지만, 은연중에 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가장 크게 파괴했던 것은 이 땅의 뿌리깊은 권위주의였습니다. 권위주의를 파괴해라! 라고 권위적으로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국가의 최고 수장의 신분으로, 스스로의 권위를 파괴함으로서, 사회 전반에 권위를 무너뜨리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는 위에서 권위적으로 집행하는 어떠한 혁명보다도 큰 혁명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당신의 이야기가 마침표를 찍으면서, 당신은 결국 최악의 이야기를 쓰고 말았습니다.
당신의 죽음이...대체 뭘 이룰 수 있을까요?
결국 당신이 구원한 것은...당신의 가족들 외에 더도 덜도 아닙니다.
당신이 구원해야 되는 것은 이 땅의 민주주의였습니다. 이 땅의 통합이었습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이제 이 땅에는 당신의 죽음으로 인하여 좀더 뿌리깊은 증오가 싹트기 시작하였습니다. 집권자들은 이제 두려워합니다. 저 민중들이 언제 어떻게 폭발할지 모른다. 저들의 증오심은 이제 어떤식으로건 결집할 것이다...더 이상 촛불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그들은 더욱더 민중들을 통제하고 철저히 짓밟아 싹조차 자라지 못하게 어떻게든 막으려 들겠지요.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증오는 더욱 깊어져만 갈수밖에 없습니다.
양자가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당신이 이룩했던 그 세계는...이제 완전히 파괴될지도 모르게 되어버렸습니다.
당신이...박연차 게이트로 수사받고, 구속 수감되건, 불구속 기소되건, 그래도 당신이 살아남아있었다면...그래도 뭔가 그동안 생각한 무언가가 있었다면...좀더 뭔가 해볼수 있지 않았나요? 가족들과 측근들을 모두 잃게 되더라도...당신이 이 땅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나요?
비통합니다. 그래도 바보였던 당신이었지만, 당신의 깨끗함과 청렴한 이상을 좋아하기는 했었는데...이제 당신의 이야기가 비극으로 마침표를 찍고 나니...이런 비극적인 이야기는 소설에서나 보고 눈물을 흘리면 좋았을 건데...이게 현실이라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당신 스스로의 이야기를 비극으로 마무리 지어버린 당신이 원망스럽습니다.